프레임 후기 최인철
'나'의 입장에서, 타인은 짧은 시간에도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존재'이지만 나 자신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쉽게 파악될 수 없는,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존재'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나는 한눈에 척 보면 너를 알지만, 너는 척 봐서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아마 어떤 사람이 단 5분 만에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한다면 무척 화가 날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5분이면 충분히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은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낸 착각이고 미신일 뿐이다. 정답은 '나도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른다'거나 '나는 네가 나를 아는 정도만 너를 안다'이다. '난 지금 오해받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 더 큰 오해는 '내가 남을 알고 있다'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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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현재의 관점에서만 질서 정연하게 보인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내 그럴 줄 알았지'라고 외치며 자신의 똑똑함을 자랑하거나 합리화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현재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장밋빛 착각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할 지혜로운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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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냉장고를 열어보라. 사놓고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소스나 재료들이 눈에 띌 것이다. 주말에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는 가정일수록 사용하지 않은 재료들이 더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일주일 식단을 미리 짜기 때문에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같은 것만 계속 먹을 순 없다'는 생각에, 색다른 음식 재료를 사들인다. 그러나 막상 식사시간이 되면 평소에 즐겨먹는 음식들 위주로 식단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니 야심 차게 사들였던 이색적인 소스나 재료들은 냉장고 속에서 고스란히 잠들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는 항상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골라라.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선택했을 때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섞어놓은 종합선물세트를 골랐을 때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인생의 묘미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성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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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은 내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이 절대적으로 최선의 것인가, 아니면 프레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선택되어진 것인가?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 자신의 선택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현상 유지적일 때, 소심한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그 선택이 어떻게 프레임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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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더 나아가 최선의 프레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인격성의 최후 보루이자 도덕적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