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후기 장선우
이제 시대가 조잡한 레트로를 그리워하며 재현하고 꿈꾸는 가운데 "진짜"가 되어버림.... 2002년도 작인데 그시절 한국의 느낌이 다 담겨있음... 프로게이머 스티커사진 나이트클럽 오락실 SES노래... +게임적인 화면을 잘 사용한 게 좋았다....
망작이라고 평이 자자해서 겁에 떨다가(-) 금강경의 가르침을 담은 영화였다고 그래서 어얼ㅋㅋ하고 인상(+)된 채로 두근두근하게 기대와 함께 실망할 각오도 하고 봤는데 걍. 내내 좋느였음
화면도 흠잡을데 없이 잘 잡고 캐릭터들도 개성있고 충실히 웃겼고 장면도 코믹하고 좋았어ㅋㅋㅋ 특히 총기액션이 이 시대에 나온 거 치고 진짜 개끝내줌 전투액션도 좋았어... 후반부에 나비랑 폭풍우 치는 바다 장면은 시대 CG의 한계인지 느낌이 별론데 그거빼고는 진짜 화면이 다 좋았음...거슬리는 것도 없음
영화에서 모든 걸 설명해줌 사실 설명 안해주는 건 없어... 굉장히 친절함 아니 이보다 노골적일 수가 있나 싶은데
고등어는 탄창숫자108 전투력9999 써놓질 않나 후반은 대놓고 화면에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적어놨더라...
아!!!!!미친 개갓작 어떡하냐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 내내 너무좋았음ㅁㅊ 시대를 넘은 갓작을 만나버렸다고
열반테마 자캐 이입으로 영화감상평 적은 거 붙여놓음
불립문자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문자가 지니고 있는 형식과 틀에 집착하거나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간단히 말해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소설을 읽을 때 구구절절한 시대와 배경 설정과 멋들어진 대사들을 보며 진실로 알게 되는 건 '대충 장대하고 영광적인 설정을 의도하고 있군'하는 거죠. 이렇게 본질로 받아들이는 게 익숙하다면 그 표현이 어떤 형태가 되어도 속뜻을 납득할 수 있고, 거창한 포장 따위도 딱히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라라 크로프트를 연상하면 됨'. '무슨 때? 모든걸 뒤엎을 때를 기다리거나 뭐 그런...'식의 단촐한 설명이 얼마나 본질만을 다이렉트로 전하고 있는지... 표면적인 어휘에 집착하는 관객이라면 이런 감성을 병맛이라고 표하거나 무성의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친절하지 않나요. 영화에서 설명을 안 해주는 게 없어요! 장면도, 인물의 심리도요.
나비는 호접지몽으로 인해 유명하고 통용적인 표현이죠.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상징으로써요. 초반에는 나비가 등장한 이후 장면은 게임 속 장면인가 보다 납득하면 될 전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구분하지 않아도 총을 소지하고 난사하는데 아무런 의문도 제기되지 않는 것, 타격 당한 이들의 몸이 붕 뜨고 과장되게 성립하는 액션 자체가 게임의 성질이죠.
불교에서는 인생이 꿈과 다르지 않다는 비유를 자주 하는데, 요즘에는 그것과 똑같은 맥락으로 게임이 자주 언급됩니다. 인생은 진짜 내가 아니라 아바타가 기뻐하고 괴로워하는 거예요. 게임과 메타인지의 개념을 친숙하게 접하는 요즘 세대 사람들은 아바타가 내가 아니라 아바타를 바라보고 있는 게 진짜 나, 라고 하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죠. 꿈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니까 일일이 성과에 기뻐하고 상실과 고난에 괴로워하지만, 꿈에서 깨면 아, 꿈이었구나 할 뿐 다시 그 꿈 속으로 뛰어들어가서 해결해야겠다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그 허황됨을 표현하시기도 하고요.
이 영화 속에서도 점점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어려워지는데요, 사실 관객도 게임과 현실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 모든 것이 허황된 가짜, 형상- '상'에 불과하니까요. '그래서 이게 가상현실 게임이야? 이게 멀티 플레이인가, 네트워크 연결인가, 게임 설정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시스템이라는 집단과 수뇌부의 정체는 뭐며, 프로그램은 어떻게 성립하는 거야? 이 장면은 게임 속 일이야, 현실에서도 벌어진 일이야?'따위의 *납득 가능한 현실의 당위성 설정=문자의 형식과 틀, 상*에 집중해서 감상하려 한다면 망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분별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성냥팔이 소녀는 내내 NPC로서만 존재합니다. 스테이지1에서 그렇게 구애하는 플레이어 앞에서도 대꾸하거나 표정으로 반응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못하고, 방치되는 듯 싶으면 자신의 행동루트대로 홀연 가버립니다. 허락된 대사는 '라이터 사세요'밖에 없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스테이지 2에서는 대놓고 사회비판도 들어가 있어서 좋았네요. 라이터를 사라는 권유가 유일하게 허락된 상호작용인 사람이 사람들에게 계속 수없이 거절당하고 내쳐지기만 합니다. 그런 때 총과 같은 무력을 손에 넣는다면 난사하겠죠... 주가 초반에 장난전화로 고생하고 문전박대 당했을 때 경쾌하게 상상했듯이요. 이런 상상은 누구든 흔히 하니까. 천사의 집에서도 폭행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을 뿐인 현장을, 원장까지 쏜 게 청소년 보호의 실태에 관한 메세지를 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성소는 새로운 상호작용 수단으로서 '총'을 얻었을 뿐, 택시 기사를 협박할 때도 대화는 일절 하지 못 하는 게 정말 시스템 속 NPC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해서 좋았습니다. 성소가 다시 NPC로서 교정당하고 난 뒤, 주가 샀던 라이터를 돌려주는 게 '라이터를 사거나 거절하거나'밖에 없는 시스템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소와 닿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된 것 같아서 그것도 좋았어요.
게임 혹은 영화에서 세계관 후반에 마땅히 얻는 최강무기가 고등어라는 하찮은 이름과 형태를 가진 점도 좋지 않습니까... 사용자의 정신력에 따라 발동하는 거라 방아쇠도 없다는 점이 참 기깔나요. 실제로 '이'가 잡으면 그냥 고등어가 되어서 쏙 빠져나갈 뿐인 게... 하하하.
이건 게임일 뿐이라는 '이'에게 주는 이게 게임이냐고 따지죠. 게임이라는 진위 여부가 아니라, 이 순간을 다루는 태도에 열받은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라고 우습게 여기고 아무렇게나 홀대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에요. 인생이 게임과 다름이 없음을 아는 것은 마음의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일뿐, 우리가 한판한판 게임에 몰입해 즐기듯이 인생에 진심을 다해 사는 태도면 되는 거죠. (불교의 교리는 거창한 게 아니라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온해지는 것뿐이니까. 인생에 싫고 나쁜 일이 벌어지지 않거나,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고통이 없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난 고통을 겪지 않아야 해, 잘 살아야 해, 나는-세상은-어때야만 해 같은 모든 집착에서 오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모든 것이 공허한데 허망하지 않게 현실을 살 수 있는 거죠.
시스템 직원들에 의해 계속 총격받는 가운데 나비를 쐈는데 나비가 수없이 증식하는 것부터 엔딩까지... 번뇌-해탈의 과정을 담은 것 같네요. 깊은 침잠 후에야 나비를 정확히 깰 수 있게 된 것, 여태까지의 장면이 역재생되며 화면이 수없이 깨지는 연출, 도시와 세상이 폭발하는 것 같은 장면은 이 모든 게 상임을 깨닫는 순간... '깨달음'을 이미지로 표현한 거라고 생각해요. 공 사상을 처음 깨달았을 때의 충격은 이렇게 세상이 뒤집히고 깨지는 느낌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서 이해할 수 있었네요. 이후 당도한 곳은 대놓고 황금빛으로 찬란한 장면인데, 이까지 어떻게 당도했는지도 불분명하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그 경위 모든 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무엇도 이름 붙이지 않는 곳인데... 통장에는 계속 돈이 쌓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한 대사 같지만 현실을 사는 관객들에게 이 열반의 행복을 전하려면 세속된 가치도 필요하니까 그까지 대사로 쓴 거죠. 낙원 같은 곳에서 아이와 부인이 함께하는, 이런 정상가족의 형태를 그리고 있는 것도 그게 대중이 흔히 떠올리는 행복의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게 이 뜻을 전달하기 위한- 영화라는 수단의 이미지, 음악과 대사를 십분 활용한... 영상적인 불립문자라고 봐요. '강을 건넜다면 뗏목은 버려라'라고 말하듯이, 모든 설법도 그 언어표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그저 달을 가리키기 위한 방편입니다. 여래를 봤으면 된 거예요. 감독이 불교를 엄청 좋아하나 본데... 전 너무 잘 만든 영화라 감동받았어요.
아니 성냥팔이소녀가 왜 성냥이 아니라 라이터인지도 납득시킬 이유가 필요해!?!? 현대니까 라이터로 표현되어도 아무 문제 없잖아 오히려 현시대 반영한 게 좋았는데... 그도 그럴게 '재림'이잖음 라이터로 바꿈으로써 불꽃에 환상을 보는 게 아니라 부탄가스마시는 걸로 표현된 게 더 중독/자살기도로 와닿고 차라리 부탄가스 마시는 게 어떠니 권하는 게 헉....하게 되는 좋은 메세지가 됐는데.... 심지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시에서 따온 거임.....(시도 좋네요) 흔한 영화에 소녀 몸팔이의 비극을 전하기 위한 포르노적인 장면 그딴 게 하나도 없어서 좋았음... 오히려 청소년 관련 사회비판하는 거 보고 그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리뷰 박박 찾아보고 절망함 잘 알았다 한국 관객 수준.....